펫로스 증후군, 슬픔이 12개월 넘게 일상을 막을 때 보는 기준
반려견을 보내고 몇 달이 지나도 눈물이 나면 펫로스 증후군에 걸린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거라며 잠을 못 자는 밤을 몇 주째 버티는 경우도 흔하고요.
두 생각 모두 국내 조사에서 쓴 기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 조사는 슬픔이 있는지보다 슬픔이 일상을 얼마나 오래 막았는지를 봤거든요. 지금의 슬픔이 시간이 지나며 옅어질 정도인지, 상담이나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지를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슬픔이 12개월 넘게 일상을 막을 때,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기준
펫로스 증후군은 정신건강의학과의 공식 진단명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 상실감과 우울감이 오래 이어지는 상태를 흔히 부르는 이름이에요.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는 여기에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사별 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만큼의 슬픔이 12개월 이상 이어지면 펫로스 증후군으로 봤습니다. 사람을 잃었을 때 쓰는 지속성 애도장애의 진단 기준을 가져온 것입니다.
지속성 애도장애는 사별 뒤 그리움과 고통이 오래 이어져 일상을 막는 상태를 가리키는 진단입니다. 지금의 국제 진단 기준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만 이 진단을 붙이게 돼 있어서, 반려동물을 잃은 경우에는 같은 상태여도 진단명이 없습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가 2026년에 낸 연구도 이 공백을 짚었습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펫로스를 겪은 반려가구의 83.2%가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겪었다고 답했고, 그중 16.3%가 1년 넘게 그 고통을 느꼈습니다. 슬픔은 대부분이 겪지만 펫로스 증후군 기준까지 가는 사람은 그 가운데 여섯 명 중 한 명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떠난 지 몇 달 안에 우는 것, 이름을 부르다 멈칫하는 것은 애도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따로 살필 것은 슬픔의 크기보다 잠과 식사, 일 같은 생활이 얼마나 오래 멈춰 있는가입니다.
자책부터 불면까지, 펫로스 증후군 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KB경영연구소 조사에서 펫로스 뒤 겪은 일을 여러 개 고르게 했더니 이런 순서가 나왔습니다.
- 돌봄이 부족했다는 자책과 후회 71.5%
- 무기력과 우울 48.6%
- 계속되는 슬픔 45.2%
슬픔보다 자책을 꼽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자책이 왜 가장 많은지는 조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병원에 언제 갈지, 치료를 이어 갈지, 안락사를 할지를 모두 보호자가 정하기 때문에, 떠난 뒤 그때 다르게 했더라면 하고 돌아볼 결정도 그만큼 많습니다.
경북대병원 연구팀이 2023년 대한의학회지에 낸 연구는 펫로스 뒤의 증상을 검사 점수로 쟀습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성인 137명 가운데 55%가 복합애도 기준점을, 52%가 우울 기준점을 넘었습니다. 불안은 40%, 불면은 32%였어요.
복합애도는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줄지 않고 일상을 붙잡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연구에서는 이를 재는 척도의 점수가 25점을 넘으면 기준점을 넘었다고 봤습니다.
이 비율은 검사 점수가 기준점을 넘은 사람의 비율이라,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의 비율과는 다릅니다. 검사 점수가 기준점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따로 받습니다.
떠난 지 1년 전후로 본 펫로스 증후군 극복 기간
같은 연구는 참가자를 떠난 지 1년 미만인 77명과 1년 이상인 60명으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복합애도입니다. 1년 미만인 사람들은 79%가 기준점을 넘었지만 1년 이상인 사람들은 25%였습니다. 슬픔이 일상을 붙잡고 있는 상태는 떠난 지 1년 안인 사람들에게 훨씬 흔했고, 1년이 지난 사람들에게서는 네 명 중 한 명꼴이었다는 뜻이에요.
우울은 덜 줄었습니다. 62%에서 40%로, 1년이 지나도 열 명 중 네 명이 기준점을 넘었거든요. 그리움은 옅어졌는데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남아 있다면, 슬픔과 따로 우울을 살펴봐야 합니다.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이 연구는 한 사람을 1년 동안 따라가며 잰 연구는 아닙니다. 떠난 시기가 다른 사람들을 한 번에 조사해 두 무리로 나눈 결과예요. 응답자의 87.6%가 여성이었고 온라인으로 스스로 참여한 사람들이라, 모든 보호자에게 그대로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의 KB 조사 결과와 겹쳐 보면 첫 1년은 대부분의 보호자가 힘들어하는 시기입니다. 1년을 넘기고도 생활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소수로 남는데,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쪽이 바로 이 소수입니다.
같은 이별인데 슬픔이 더 오래가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떠난 뒤 지난 시간 말고, 어떤 조건에서 슬픔이 더 컸는지 비교한 연구를 모았습니다.
| 비교한 것 | 슬픔이 더 컸던 쪽 | 차이 | 자료 |
|---|---|---|---|
| 어린 시절 트라우마, 떠난 지 1년 안 |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 | 우울 점수가 더 높았고, 복합애도는 두 무리 모두 높아 차이가 없었다 | 경북대병원 연구팀 2023년 |
| 어린 시절 트라우마, 떠난 지 1년 이상 |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 | 복합애도 점수가 더 높았다 | 경북대병원 연구팀 2023년 |
| 안락사와 자연사 | 차이 없음 | 슬픔·죄책감·원망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 미국 텍사스A&M대 2026년 |
| 나이 | 20대 | 상실감·우울감 경험 88.9%, 50대는 77.1% | KB경영연구소 2025년 |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줄은 안락사입니다. 안락사를 결정한 보호자가 죄책감을 더 많이 느낄 거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미국 텍사스A&M대 연구팀이 반려견 노화 연구 자료로 보호자 70명씩을 비교했을 때 두 무리의 감정은 비슷했습니다.
연구진은 오히려 준비할 시간이 없던 자연사 쪽 감정이 더 클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 예상도 맞지 않았다고 밝혔어요.
표에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비교한 줄은 떠난 지 1년 전후로 결과가 다릅니다. 떠난 지 1년 안에는 두 무리 모두 복합애도가 높아 차이가 우울 점수에서만 보였고, 1년이 지난 무리에서는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의 복합애도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경북대병원 연구팀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펫로스 뒤 더 많은 심리적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정리하면 슬픔이 오래가는 쪽과 더 많이 엮인 것은 안락사인지 자연사인지보다 보호자에게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었는지입니다. 안락사를 한 보호자의 슬픔과 죄책감이 더 크다는 결과는 텍사스A&M대 연구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식 펫로스 증후군 테스트 대신 쓰는 9문항 우울 자가검진
펫로스 증후군 테스트를 검색하면 문항 수도 점수 기준도 제각각인 검사가 여러 개 나옵니다. 펫로스 증후군은 공식 진단명이 아니어서 나라에서 정한 검사도 따로 없습니다.
대신 쓸 수 있는 것이 우울증 선별 검사인 PHQ-9입니다. 지난 2주 동안의 상태를 묻는 9문항 검사로, 국가건강검진에서도 같은 검사를 씁니다. 앞의 경북대병원 연구도 이 검사에서 10점 이상을 우울 기준점으로 잡았습니다.

검사는 보건복지부가 안내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카카오톡 채널에서 바로 할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에 시작한 서비스이고, 순서는 이렇습니다.
- 카카오톡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 채널을 추가한다
- 우울증 자가검진 메뉴를 고른다
- 성별과 연령대, 사는 지역을 넣는다
- 9개 질문에 답하고 결과를 본다
결과 화면에서는 가까운 정신건강 기관을 카카오맵으로 이어서 보여 줍니다.
점수는 문항마다 0점에서 3점이고, 모두 더하면 27점까지 나와요.
이 검사가 재는 것은 슬픔의 크기보다 우울의 정도입니다. 그래서 점수가 낮게 나와도 그리움은 클 수 있어요. 연구에서 쓴 복합애도 척도를 일반인이 공식 창구에서 바로 해 볼 수 있는 곳은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유품 정리와 산책 시간, 집에서 시작하는 펫로스 증후군 극복
KB경영연구소 조사에서 펫로스를 겪은 사람들이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꼽은 것은 아래 순서였습니다. 여러 개를 고를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 슬퍼할 시간을 넉넉히 두고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내기 53.6%
- 가족과 지인의 공감, 위로 42.4%
-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 33.3%
- 같은 경험을 한 반려인과의 대화 21.6%
1위가 시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할 일도 서두르지 않는 쪽으로 맞추면 됩니다.
유품은 한 번에 치우지 않습니다. 밥그릇과 방석, 장난감을 남길 상자와 정리할 상자 둘로 나눠 두고, 정리할 상자는 마음이 정해진 날 비우면 됩니다. 사진이나 강아지 모습을 본뜬 작은 물건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것 하나를 남겨 두면 정리를 미루는 마음도 조금 덜어집니다.

산책 시간은 비워 두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던 집이라면 그 시간이 하루에서 크게 비는 시간이 되기 쉽거든요. 같은 시간에 혼자 그 길을 걷거나 다른 일정을 넣어 하루 순서를 다시 짜면, 빈자리 앞에서 멈춰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장례를 아직 치르지 못했거나 유골을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다면 그 일부터 마무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떠난 날 집에서 할 일과 장례식장을 고르는 순서는 강아지 장례, 떠난 날 집에서 할 일부터 사망 신고 30일까지 순서대로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가족이 이 슬픔을 가볍게 여겨 말을 꺼내기 어렵다면, 같은 경험을 한 반려인과 이야기하는 자리가 그 몫을 대신합니다. 펫로스를 겪은 사람이 모이는 모임이나 아래의 시범사업이 이런 자리예요.
펫로스 증후군 상담은 어디서 받고, 정신과는 언제 가야 할까요?
KB 조사에서 펫로스 뒤 전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26.1%였고, 64.5%는 '반반이다'를 골랐습니다. 대부분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망설인다는 뜻이라, 언제 병원을 찾을지 미리 정해 두면 덜 헤맵니다.
아래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 봅니다.
- 우울 자가검진 PHQ-9 점수가 10점 이상이다
- 잠과 식사, 출근 같은 일상이 2주 넘게 무너져 있다
- 떠난 지 1년이 지나도 생활이 돌아오지 않는다
-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2주는 PHQ-9가 묻는 기간과 같습니다. 우울한 상태가 2주 넘게 이어지면 하루 이틀 기분이 처진 것과는 다르게 보거든요.
⚠️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점수와 상관없이 바로 109에 전화합니다.
전화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면 두 번호를 쓸 수 있습니다. 109는 2024년 1월부터 여러 자살예방 상담번호를 하나로 합친 보건복지부 번호이고 24시간 받습니다. 1577-0199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도 24시간 운영합니다. 얼굴을 보고 상담을 받고 싶다면 사는 곳의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예약합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만을 위한 지원도 시작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6년 10월 8일 발표한 펫로스 심리지원 시범사업은 세 지역에서 3주 동안 4회 과정으로 열립니다.
- 서울 10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 경북 구미 10월 21일부터 11월 11일까지
- 대전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과정에서는 노령 반려동물의 특징, 이별 준비와 생애 말기 돌봄, 펫로스 증후군의 이해, 치유와 회복을 다룹니다. 신청은 동물사랑배움터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받습니다. 세 지역 밖에 살거나 올해 10월과 11월 일정을 놓쳤다면 위의 전화나 정신건강복지센터부터 찾으면 돼요.
2주와 12개월, 지금 내 상태를 판정하는 두 기준
펫로스 증후군은 공식 진단명이 아니고, 국내 조사는 슬픔이 12개월 넘게 일상을 막을 때를 펫로스 증후군으로 봤습니다. 여기에 일상이 2주 넘게 무너졌는지를 함께 보면 지금 할 일을 고를 수 있습니다.
- 떠난 지 1년 안이고 울다가도 잠과 식사, 일이 이어진다면 애도가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오늘은 유품을 남길 상자와 정리할 상자로 나누는 일부터 합니다.
- 일상이 2주 넘게 무너졌거나 PHQ-9가 10점 이상이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합니다.
- 12개월이 지나도 생활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펫로스 증후군 기준에 해당합니다. 상담에서는 떠난 시기, 자꾸 떠오르는 장면, 줄어든 잠과 식사를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기간과 점수를 따지지 않고 109에 전화합니다.
경북대병원 연구에서 떠난 지 1년 미만인 사람들의 복합애도 비율이 1년 이상인 사람들보다 훨씬 높았듯, 첫 1년은 대부분의 보호자에게 무거운 시기입니다. 그 1년 동안은 잠과 식사가 2주 넘게 무너지지 않는지를, 1년이 지난 뒤에는 생활이 돌아왔는지를 살피면 상담이 필요한 때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나와 도니의 한마디
가까운 사람이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것을 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자료를 찾으면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슬픔보다 자책을 꼽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점이었어요.
병원에 더 일찍 갔어야 했다는 자책은 강아지의 치료와 마지막 결정을 맡았던 보호자에게 흔히 찾아옵니다. 그 자책 속에 있다면 오늘부터 잠든 시간과 끼니를 하루 한 줄씩 적어 두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그 기록이 상담이 필요한지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꺼낼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새 강아지는 언제 입양해도 될까요?
정해진 시기는 없습니다. 앞의 KB 조사에서 새 반려동물 입양은 극복에 도움이 된 방법 3위였지만, 떠난 뒤 언제 입양했을 때 도움이 됐는지는 조사에 나오지 않았어요. 새 강아지를 떠난 강아지와 자꾸 견주게 된다면 아직 이른 때로 보고, 가족 모두가 새 강아지를 새 이름으로 부를 준비가 됐는지부터 맞춥니다.
Q. 남은 강아지도 펫로스를 겪나요?
보호자들이 본 행동으로는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이 2022년 보호자 426명을 조사했더니, 86%가 함께 살던 강아지가 떠난 뒤 남은 강아지의 행동이 달라졌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은 변화는 보호자에게 더 매달리는 것으로 약 3분의 2가 꼽았고, 노는 시간이 줄었다는 답이 57%였어요.
같은 연구에서 보호자의 슬픔과 화가 클수록 남은 강아지의 변화도 컸습니다. 보호자가 산책과 밥 시간을 평소대로 지키는 것이 남은 강아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유입니다.
Q. 펫로스를 겪는 사람에게 어떤 위로가 도움이 되나요?
공감이 먼저입니다. KB 조사에서 가족과 지인의 공감, 위로는 극복에 도움이 된 방법 2위였어요. 새로 한 마리 데려오라는 말이나 그만 슬퍼하라는 재촉보다, 떠난 강아지의 이름을 불러 함께 기억해 주고 떠난 날을 기억해 안부를 묻는 쪽이 공감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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